믿음의 분량
생각통(롬 12:3, 개정)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
(Rm 12:3, NIV) 『For by the grace given me I say to every one of you:
Do not think of yourself more highly than you ought, but rather think of yourself with sober judgment,
in accordance with the measure of faith God has given you.』
(ROM 12:3, TR) λεγω γαρ δια της χαριτος της δοθεισης μοι παντι τω οντι εν υμιν μη υπερφρονειν παρ ο δει φρονειν αλλα φρονειν εις το σωφρονειν εκαστω ως ο θεος εμερισε μετρον πιστεως
오늘은 지난 번에 올린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인가?' 라는 짧은 글에 이어서 잠시 '믿음의 분량'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설교 내용 중에 일부이지만 유의미한 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 해당 부분만 정리하여 올립니다.
1) 사전적 의미
A. '분량'의 사전적 의미:
- 수량의 많고 적음이나 부피의 크고 작은 정도 (다음 사전)
- 수효, 무게 따위의 많고 적음이나 부피의 크고 작은 정도.(네이버 사전
B. NIV에서는 이 구절에 'measure'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measure: 1.대책, 2.측정하다, 3.조치, 4.평가하다, 5.기준)
C. 헬라어 성경에는 이 구절에 'μετρον'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μετρον: 1. a measure ("metre"), 2. (by implication) a limited portion (degree), 척도, 표준, 제한된 분량(등급)
2) 해석의 문제
현재 개역개정판 한글 성경에는 '믿음의 분량'으로 해석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차등적으로 믿음의 양을 나눠준다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하나님에 의해 차등적으로 분배된 믿음의 양은 사역의 질적 차이, 나아가 근대 이전까지 사회적 신분차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사회적으로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자는 하나님에게 더 큰 믿음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함으로써 신분 차별의 정당성에 대한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신분 차별에 반발하는 것은 세속적 권력자에 대한 도전을 넘어 하나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된 것입니다. 이런 인식은 교회내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3) 새로운 해석: 믿음의 척도
원어인 'μετρον'의 뜻에는 '척도(표준), 제한된 등급'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 중에서 킹제임스 버전, NIV 모두 'measure' 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즉 대표적인 영어성경은 이 구절을 '믿음의 분량'이 아닌 '믿음의 척도(표준)' 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믿음의 척도(표준)'은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따라서 이 구절을 원어나 영어 성경의 의미에 맞게 해석하면 '하나님이 주신 믿음의 척도에 따라'가 됩니다.
이런 해석의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큽니다. '믿음의 분량'이라고 번역하면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믿음의 양을 주권적으로 나눠주신다고 해석하게 되지만, '믿음의 척도'라고 하면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나눠주시는 것은 '믿음의 척도' 즉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할 때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동일한 믿음의 척도로써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눠주시고 각 사람과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믿음이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믿음의 분량'으로 해석하면 이후에 나오는 '한 몸에 많은 지체들의 비유'에서 지체들 가운데는 '질적 차별'이 존재하게 되지만 '믿음의 척도'로 해석하면 각 지체는 '형태적 차이'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석될 때 이 구절은 신분의 차별을 인정하는 의미로 더 이상 사용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차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 협력'이라는 가치를 부양하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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